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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학자 기념일 본문
십자가의 성요한
어두운 밤
- 십자가의 성 요한 -
귀중한 진주 하나를 간직하였더니
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네.
내 마음 깊은 곳으로
그 진주를 내게 던져다오.
그대로 하였더니,
자신의 비참을 맛보았네.
그분 마음 속 심연의 깊이를 알지 못 했었기에,
그것은 마치 암흑 속으로 전부를 던진 것만 같았네.
여명보다도 더욱 다정한
오, 밤이여...
어둔 밤이란 무엇인가? ← 원문 출처
먼저, 영적 고독 (desolation)이란, 영적 위안 (consolation)의 상대 개념으로서, 내 영혼이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과 비슷한 상태를 말한다. 그 영혼은 내적인 기쁨을 전혀 맛 보지 못 한다. 그대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시련을 겪기 마련이다.
영혼이 기쁨을 찾지 못 하고 시련을 겪는다는 점에서 영적 고독은, 흔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우울증 (depression)과 비슷하다. 그런데, 우울증에 빠져 있는 사람은, 세상적인 재미나 흥미 (interest)를 잃어 버리고 무기력증에 빠지곤 하는데 비해서, 영적 고독은 일반적으로 이런 무기력증이 따르지는 않는다.
어쩌면, "어둔 밤"이란 영적 고독과 우울증의 과정이 합쳐져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내게 의미를 불어넣어 주던 세상적인 애착이 내 손아귀에서 떨어져 나감으로써 영적 고독을 대면하게 되고, 자기에게 기쁨을 주던 애착의 대상으로부터 탈착됨으로서 우울증과 같은 아픔 혹은 무력증을 겪게 되며 그 동안 자신이 길들여져 왔던 관심과 애착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게 된다.
이같은 [감각의 정화]를 거쳐서, (자기가 미쳐 알지 못하는 세계를 온전히 비추며 다가오시는) 하느님의 빛을 대면하기 시작하면서 그 빛에 눈이 멀어 보이지 않는 [영혼의 정화]가 어둔 밤의 최종적인 여정인 셈이다. 우리가 하느님에 대한 체험을 원하지만, 그 누구도 이같은 어둔밤을 스스로 원치는 않는다.
하느님,
당신을 (다른 그 무엇에 앞서) 사랑하는 것은 기나긴 여정이 필요하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인건) 세상에 길들여진 우리가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여정이 결코 순탄하거나 달콤하지만은 않기에.
십자가의 성 요한은,
어둔 밤을 보내는 우리 영혼의 정화 (purication) 안에서
참된 빛과 사랑이신 그 님에 대한 사랑이
우리 영혼 안에서 타오른다고 노래한다.
[사진 설명] 십자가의 성 요한 본인이 스케취를 하였다는 그림이다.
(구정모 신부님의 은사이시며, JSTB 원로 교수이신, Donald, Gelpi, S.J. 신부님께서 보관하시는 그림을 스캔했다.
그분의 외로운 죽음을 저 위에서 내려 보시는 분의 시선에 내 마음의 시선을 맞춰보도록 하자.
***
참고로, 십자가의 성요한에게서 "세상으로 나아감"과 "하느님께 돌아옴"은 중요한 개념을 이룬다.
'가는' 방법은 인간이 이기주의와 욕망의 노예가 되어 하느님을 떠나서 피조물 쪽으로 마음이 끌려 갈 때의 그 피조물을 가리킨다. 그런데 정신의 정화 단계가 지나면 그런 것은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고 오히려 그런 것이 하느님께로 '돌아 오는' 방법이 된다....
요한은 첫 작품 <갈멜의 산길>과 두번 째의 <어둔 밤>에서 '가다'의 방법으로 온갖 피조물과 인간의 다양한 지식을 모두 부정하였다. 그런데 그 다음에 쓰신 <영혼의 노래>와 <사랑의 산 불꽃>에서는 '돌아 오다'를 위한 방법으로 모두을 긍정하였다.
("십자가의 성 요한의 영성" 후안 카트레트 신부 지음 가톨릭 출판사: 2006년판,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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